‘홀리 잭슨(Holly Jackson)’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샐 싱 미스터리 편(A Good Girl’s Guide to Murder)’은 ‘여고생 핍 시리즈(A Good Girl’s Guide to Murder Series)’ 첫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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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학교 과제의 일환으로 살인 사건을 조사한다는 아이디어가 꽤 재미있다. 단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여러면에서 장점이 있는 설정이기도 하다. 바로, 살인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며 대결을 펼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 탐정의 문제는 비현실적이라는데 있다. 인간적으로 중/고등학교 애들이 걸핏하면 다른 애들을 죽일 정도로 높은 비율의 사이코패스 예비 범죄자들로만 이뤄져 있을리도 없을 뿐더러, 현장감있게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마치 자기는 무적 물약이라도 먹은 게임 바깥의 플레이어처럼 냉정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탐색하고 시체를 뒤적거리고 한다는 것도 좀 도가 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어떻게 보면 흔한 고등학생 탐정 캐릭터를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에 속해있으며 직접적으로 범인과 대결을 펼치는 게 아니라 5년전 사건에 대한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 추적조사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건,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게 잘 잡은 것이다.

부수적으로, 가려진 진실을 파헤쳐낸다는 흥미로움을 갖고있기도 하다. 이미 알려진 진실은 과연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거기에 남아있었던 미심쩍은 부분들은 5년 후 현재까지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그것들이 최종적으로 드러낼 진실이 무엇일지도 기대하게 한다.

탐정 소설로서의 전개도 꽤나 좋다. 아는 것이라고는 경찰 발표나 소문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서, 하나씩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고, 가설을 새우고, 용의자 목록을 작성하고 추려내면서 이야기를 점점 더 크고 복잡하게,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펼쳐나간다.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꽤나 좋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여고생 핍 시리즈는 본편 총 3부작에 외전격이라 할 수 있는 프리퀄까지 4권으로 마무리되었는데, 후속작도 꽤 기대된다. BBC에서 제작중인 6부작 TV 드라마도 역시 그런데, 소설 시리즈를 다 보고 어떻게 영상화됐는지 상상했던 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