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백 마리’는 초단편 29편을 엮은 책이다.

표지

초단편이란 한편의 길이가 극히 짧은 단편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는 이솝우화같은 걸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분량이 짧으므로 자연히 핵심 부분만을 쓰고 나머지는 비워두게 되는데, 이게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해석의 여지를 두는 장치로 사용될 수도 있어 길이와는 달리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고 여운을 짙게 남기는 포맷이기도 하다.

그러나 묘사를 충분히 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장면’만 남고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조금 모호해보일 수도 있는데, 이 소설집에 수록된 것들이 좀 그런 편이다.

전체 이야기를 요약한 형태가 아니라, 긴 이야기에서 일부만을 잘라 붙인 듯한 모양새라서다. 이런 이야기겠거니 싶으면 뜬금없는 설정이 튀어나와 느닷없게 하기도 하고,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생각하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뭔가 다 읽지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수록작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을 띄고 있다. 꽤 실험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뭔가를 계속 연상시키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상세를 생략하고 당장의 장면만이 있기 때문에 뒷 배경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나 대중적인 화재거리는 아니지만 의외로 공감점이 있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단지 일부 장면만을 보는 느낌이라서 이야기로서는 좀 애매해 보인다. 완성된 구성을 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나 드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설을 읽었다기 보다는 기묘한 꿈을 연속해서 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