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보이는 남자’는 어느 날 나타난 나만이 볼 수 있는 남자와 그를 볼 수 있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소재는 나쁘지 않다.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나에게만 보이고 또 얘기할 수 있다니, 과연 그는 누구인지 또 이건 현실인지 또는 환각인지 궁금하게 만들어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특별한 남자와 일상에서 또 남편과의 사이에서 좀 지치고 외로운 여자가 벌이는 로맨스도 나름 그럴 듯하다. 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건 반대로 말하면, 자꾸 보다보면 정이 들고 마음을 주게 된다는 얘기다. 어쩌면 일상을 함께하는 남자와 여자의 로맨스는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마뜩잖다. 엄연히 남편이 있는 여자가, 심지어 남편과 함께 할 때조차 남자를 보고 느끼고 바라는 여자가, 그러면서도 믿음이라느니 하는 소릴 내뱉고 불륜이 아니라고 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줄 수 있겠는가.

자기가 남편을 스토킹 하는 것은 남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고, 남편이 자신을 따라 오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인가? 이 자기 합리화로 점철된 여자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 줘야 하는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남자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기꺼워 한다는 것도 공감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것을 그럴듯하게 만들려고 내세운 남자의 배경이나 남편의 설정도 차마 그걸 이해하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대체 왜 그렇게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뒤에 가서는 그걸 뒤집는 듯한 이야기까지 나와서 ‘그럼 그건 뭐였어?’싶게 만들게도 한다.

이렇게 공감도 할 수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쌓았으니, 그 마무리도 좋을 수가 없다.

작가가 전하고 싶었다는 사랑에 대한 메세지도 느끼기 어렵다. 그런 메시지를 담을 거였다면 더 그에 적합한 이야기를 그렸어야지 않을까. 서로 어긋나던 커플이 깨닫고 재결합하는 이야기라던가, 잘못된 인연 후에 사랑을 꺼리던 사람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 다시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라던가. 하자면 얼마든지 적당한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굳이 왜 불륜을 선택한 건지 모르겠다.

따져보면 나름 기대할 점은 많았다. 그러나 결국엔 이야기도 마무리도 모두 아쉬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