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는 인간의 이야기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그려보는 책이다.

표지

이 책은 인간과 직업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책의 하나다. 책의 컨셉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만, 대게는 그것을 기록이나 역사의 흐름 안에서 다루는게 많은데 이 책은 그들 각각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그렸다는 점이 나름 독특하다.

먼저 각 직업인이 1인칭 시점으로 말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보이고, 그 다음에 해당 직업에 대한 역사 등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꽤나 이 책을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각각의 직업이 서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원시인 이야기를 한 다음에는 그런 그들의 동류 중 유독 말이 많았던 종에 대해 얘기하고, 그런 그들에게서 나온 이야기꾼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그래서 각자는 별개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흐름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각각의 직업은 시대 순으로 배치된 것도 아니고, 해당 시대에만 존재했었던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화가가 그렇다. 화가는 과거 초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존재하고, 아마 미래에도 존속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눈 것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칭찬할만한 점은, 저자가 모두 경험하거나 인터뷰를 할 수는 없었을텐데도, 무려 70개나 되는 각 직업인의 입장을 꽤나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을 통해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해왔나를 살펴보고, 그런 인간이 어떻게 변화해왔나도 자연히 알 수 있게 한다.

아직은 없는 직업들을 가상으로 생각해서 그린 3장 ‘미래로 가는 남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단순히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현재도 조금 기미가 보이는 것들로 구성해서 더 그럴듯했다.

마지막 인류를 ‘노인’으로 그리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 것도 꽤 괜찮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과 그를 이용하는 인류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린 것이기에 과연 어떨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건 일부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만의 미래상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