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의 거울’은 한국 청년들의 현실을 담은 소설이다.

표지

‘익명의 온라인 청문회’라느니 ‘행복을 다수결 투표에 부친다’는 표지의 소개 문구가 소설을 좀 오해하게 만든다. 마치 특정 환경이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상의 이야기인가 싶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것보다는 거의 현실을 그대로 오려다 붙인 것 같은 것에 더 가까운 소설이다.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일종의 시사 비판이나 에세이같은 느낌을 풍기는 것도 그래서다.

저자는 애초부터 소위 육각형으로 묘사되는 완벽함에 대한 요구와 그것에 목졸리듯 내몰리는 청년들의 심정을 그리려고 이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잘 보여주는 편이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단지 현실적인 그럴듯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현실에도 있는 것들과 그를 통해 이야기되는 것들을 이름 정도만 살짝 바꿔 거의 그대로 등장시켰다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주식이나 코인 같은 것도 그렇고, 그와 관련된 사기라든가, 익명성에 기대서 노골적으로 조건을 따지고 평가하며 급을 나누는 것까지 꽤 여러가지 것들이 직접 들어보거나 실제로 겪어봤을만한 것들이다. 그래서 보다보면 절로 더러운 현실을 되새김질하며 깊은 한숨을 쉬게 한다.

당연히 그런 소설이다보니, 딱히 소설로서의 재미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썩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나 굳이 같은 내용을 반복한 구성도 별로 좋진 않다. 개중에 일부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 있는 것도 걸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사실적이고, 당초의 목적도 잘 달성했기에 그런 의미에서는 잘 썼다고 할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