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라 인스톨(Deborah Install)’의 ‘내 정원의 로봇(A Robot in the Garden)’은 고장난 꼬마 로봇과 함께 떠난 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작은 모험과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꼬마 로봇 ‘탱’은 어느날 벤의 집 마당에 나타난 불청객이었다. 더럽고 망가졌으며 심지어 구식인 “로봇”. 인간을 닮은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가 흔한 이 시대에 탱과같은 로봇은 흔치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직업도 없이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던 벤은 탱에게 큰 관심을 갖고, 결국 그와 함께 그의 수리를 위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정원에 로봇이 있다는 귀여운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이후 벤이 탱을 데리고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고장난 탱을 수리하겠다는 소소한 목적으로 시작한 이들의 모험은 이 후에도 크게 대단할 것 없이 마무리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벤은 자신을 돌아보고 또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둘의 모험은 아직 미숙한 AI 탱의 성장을 물론, 또한 벤의 성장을 그리고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져있어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소설은 AI와 안드로이드가 흔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SF로 보기는 좀 그렇다. 아무래도 SF적인 요소를 그저 이야기 진행을 위한 소재로만 사용해서 그런지 설정이 썩 꼼꼼하지 못하다. 안드로이드의 AI를 지나치게 덜떨어지고 기계적으로 그린 것도 어색하고, 로봇 탱의 설정이나 상세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이야기 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탱의 이름에 관한 것이 그 하나로, 원래는 말장난 같은 것이었던 듯 한데 그걸 번역하면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크리드 탱’이 어떤 느낌인지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로봇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리 특별하다고는 하나 벤이 탱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보이는 모습은 처음엔 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계를 마치 또 다른 인종이나 동물처럼 대하는게 그 이전의 물건처럼 대하던 것과 대비되어 더 그렇다. 작가가 이 시대 사람들이 가진 안드로이드(또는 로봇)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좀 더 묘사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해결도 쫌 너무 쉽게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 뒷 배경엔 나름 무게가 있기에 더 그렇다. 이 부분을 잘 살렸다면 좀 더 SF처럼 느껴졌을텐데, 그렇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둘의 모험은 꽤 흥미롭고, 벤이 자신에 대해 깨달아가는 것이나 그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꽤 공감가게 잘 그렸다. 로봇 탱의 여러가지 행동들은 다분히 어린아이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데,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또한 탱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했다. 탱을 통해 은근히 전해주는 위로의 메시지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야기도 나쁘지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