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선언’은 비밀스런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이다.

표지

책 속에 담긴 10개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10개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단편들 같으면서도 이것이 저것과 이어지고, 저것은 다시 그것과 이어지며 큰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연작소설이면서 하나의 장편 소설로서의 구색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나 그 사이에 있는 연결점이 그리 뚜렷하지는 않다. 그래서 때론 왜 굳이 이런 이야기로 이었는지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고,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굳이 이어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받게 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작가가 책 속 문장도 불친절하게 썼다는 거다. 포장하자면 마치 유행하는 랩 가사처럼 운율이 있고 그래서 시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만, 다르게 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른걸 이용한 말장난같은 문장들이 너무 빈번하여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그런 것들이 글을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든다. 한마디로 잘 안읽힌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게 그런 성격인 인물의 에피소드나 특정 상황에서만 적당히 쓰인 게 아니라는 거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 게다가 그저 문장만 그런 게 아니라 내용도 그러해서 결국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난해하다. 주제처럼 보이는 게 있기는 하나 그저 그걸 위한 소설이었다고 하면 너무 쓸데없는 사족이 너무 많은 게 되버리고. 음;

분명 실험적인 소설로서는 나름 성과가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소설이냐 하면 그건 또 다른 얘기다. 독자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