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오제키(Ruth Ozeki)의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1는 16살의 미국계 일본인 소녀 나오와 우연히 그녀의 일기장을 주운 캐나다의 소설가 루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루스 오제키 -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산 나오는 일본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다 심지어 학교에서 이지메까지 당하고 있다. 이유는 없다. 굳이 꼽자면 미국에서 와서, 전학생이라서, 날씬하거나 예쁘지 않아서. 그런 사소한 것들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나오를 신경써줄 사람도 없다. 나오의 아버지는 거품 경제의 종말로 짤려 일본에 돌아온 이후 히키코모리처럼 지내고 어머니 역시 어딘가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는것은 104세 비구니 증조모 뿐. 나오가 쓰는 일기는 일종의 ‘마지막 작업’처럼 보인다. 그걸 보면서 루스는 안타까움과 그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 일기를 정독하는 한편 그녀의 행방을 쫒는다.

하지만, 실제로 루스가 할 수 있는건 과연 무얼까. 일기가 바다를 건너 자기에게까지 왔다는것은 이미 일기를 쓰는 작업이 끝났다는것이고, 그것은 곧 일기의 일은 먼 과거의 일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는 그녀를 찾고 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소설은 나오의 일기를 통해 이지메처럼 불편한 일본의 사회 문제, 후쿠시마 원전 폭발같은 대형 사건, 그리고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에 대해 얘기한다. 그런가 하면 104세 비구니 증조모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불교 철학과 삶(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고2, 그를 보는 루스를 통해서는 독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3,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하기도 하며, 기묘한 체험을 통해 SF 같기도 또 판타지 같기도 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들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엮여서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각각의 이야기도 모두 흥미롭기 때문에 장면이 전환 되면 새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편 이전에 보던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 다음 전환을 기다리게 된다.

SF 판타지 같은 부분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만, 전반적으로 매력적이다.

엘리로부터 리뷰를 위한 가제본 책을 제공받아 읽어보고 작성했다.

  1. ‘나의 물고기는 살게 될 거야’라는 제목으로도 소개된 바 있다. 원제는 ‘A Tale for the Time Being’. 

  2. 작가가 불자라고 한다. 책에서 주로 인용하는것은 도겐(道元)의 ‘쇼보겐조(正法眼藏)’. 

  3. 우리 현실세계의 독자는 다시금 그걸 읽는 독자 역할이므로, 소설은 최소한 3계층을 가진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