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는 꽤 흥미롭게 볼만한 정통 판타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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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가지 이야기를, 누군가가 마치 여행담을 늘어놓는 식으로 들려주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소설은 짧지만 꽤나 잘 짜여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계절의 대륙’은 무려 신화와 역사가 있고 나라간의 관계가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해서 담은 듯한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좀 감질맛나는 책이기도 하다.

판타지처럼 전혀 다른 세계관과 설정을 가진 이야기는 아무래도 단편으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미 알고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특정한 한가지 아이디어를 더해서 그것만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닌 이 책처럼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모양새를 갖추었다면 더 그렇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세계관이라든가 역사, 고유 명사같은 것들이 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래서 이 소설의 단편들은 모두 어딘가 한군데씩은 완전히 다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분량상 뒷이야기같은 것들을 은근히 암시하기만 하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도 충분히 읽어나갈 수 있도록 나름 그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낯선 고유명사들이 나오면서도 문장이 잘 읽히게 쓰기도 했고, 전형적인 판타지 클리셰를 사용했기에 어느정도는 미루어 짐작해볼만도 하기 때문이다.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구성을 한 것 못지않게 이야기도 나름 무게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꽤나 맘에 들었다. 사소한 방심, 잘못된 열정, 어긋난 생각 등이 모여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맘에 안들면서도 좋단 말이지. 일종의 단편집인만큼 조금씩 다른 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은 전작 ‘사계절의 대륙’과 같은 세계관과 인물을 공유한 일종의 외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걸 먼저 접한 입장에서는 본편은 어땠을까, 후속작이 또 나올까, 궁금해진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