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원작에 ‘로버트 템플’과 ‘올리비아 템플’이 해설을 붙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Aesop: The Complete Fables)’은 알려진 것 중 가장 완전한 전집에 가까운 이솝 우화집 중 하나다.

표지

옛날 이야기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이솝우화다. 짧막한 이야기가 가볍게 보기도 좋을 뿐더러, 재미도 있으면서 교훈까지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이솝 우화는 원본과는 좀 다르다. 본디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이었던 것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바뀐데다가, 우화의 수 역시 온전하게 실리지 않았다. 원본에는 외설스럽거나 현실의 냉혹함을 담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것들이 당시의 종교적인 가치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대에 와서 다시 원본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 중 하나다.

로버트 템플과 올리비아 템플 부부에 의해 복원된 이 판본은 프랑스에서 1927년에 출간된 에밀 샹브리의 판본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특징으로는 (현재 이솝 우화 전집으로 여겨지는) 358개의 우화가 실려있으며, 그리스어 제목에 따라 알파벳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는 것이다. 제목이나 본문을 임의로 수정하지 않고 가능한 원본을 정확하게 옮기는데 공을 들였다고도 한다. 그리고 소소하게 해설을 붙여 우화에 대한 이해를 더하도록 했다.

한국어판은 프랑스판의 영어 번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스어판에서 바로 번역한 게 아니라, 여러번 중역을 거친 것이라 오역 문제도 있을 것 같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이야기도 대체로 볼만하다. 재미도 있고, 짧지만 강렬한 교훈을 주는 것도 많아서 읽고나선 꽤 여운도 남는다. 과연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싶다.

템플 부부가 우화 밑에 덧붙인 것으로 보이는 교훈 정리는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걸 그렇게 해석해? 라는 감정 차이가 느껴지는 게 꽤 많아서다. 그런 해석만이 옳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해석도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나을 듯하다.

편집도 좀 아쉬운데, 한국어판에서는 우화의 순서를 임의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화의 순번도 원래 판본의 것을 버리고 1번부터 새로 붙는데, 대체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텍스트에 관하여’에서 그것들에도 의미가 있음을 얘기하기에 더 그렇다. 게다가 전집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집는 것인데, 굳이 그리스 신화적인 이야기가 더 친숙할거라고 앞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최소한 번호라도 살리던가.

문단이 밀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제목과 그림이 겹쳐 레이아웃이 깨진 것도 있다.1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테두리를 넣은 것 까지는 좋은데, 기본적인 편집도 쫌 더 꼼꼼했으면 좋았겠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308 아버지의 딸들’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