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걸 딕슨(Dougal Dixon)’의 ‘미래동물 도감(After Man: A Zoology of the Future)’은 미래에 있을법한 동물을 상상하여 담은 동물 도감이다.

표지

먼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인만큼 단순히 현재를 길게 늘이기만 하는 것은 재미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류가 없어진 지 5,000만 년이 지난 지구’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을 추가했으며, 그로인해 바뀌게 될 환경과 그런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좀 더 사실감있게 묘사하기 위해서 단순히 개별 동물들의 새로운 진화 모습만을 상상해보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행동이라던가 먹이사슬같은 생태까지도 일부 채워넣어 사실감을 높였다.

저자가 써낸 새로운 생물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익숙한 것은 그것들이 (당연한 얘기지만) 현존하는 생물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린 변화들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뤄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 생물들 역시 수천년 전에 살던 생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딱히 불가능한 변화일 것 같지는 않다. 각각의 서사를 꽤 그럴듯하게 그려냈기에 더 그렇다.

현대 생물 종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낸 듯한 미래종들은 꽤나 흥미롭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미래생물이 아니라 과거 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지구 환경 변화에 인간이 많은 원인을 제공해왔고 그것이 사라짐으로써 어느정도 과거와 같은 환경으로 돌아갔다는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새삼 적절한 느낌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모두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래도 적응이라는 진화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 속 생물들은 꽤나 과학적이기도 하다.

다만, 어째서 그런 진화를 이뤘느냐까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진화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일어나는데다 지나치게 많은 변수와 가능성이 있다보니 굳이 책에서와 같은 진화를 할 당위성 같은 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나) 좀 부족해 보여서다.

그래도 그런 가능성 중 하나를 구체화하여 잘 보여주기 때문에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