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통령 김한민’은 인공지능을 보며 한번 쯤은 생각해봤을 이야기를 담아낸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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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공지능, 그 중에서도 강인공지능(Strong AI)을 소재로 하고있다. 범용인공지능(AGI)이라고도 하는 강인공지능은 분야나 내용에 상관없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마치 생물처럼 말이다.

보통의 인공지능은 우리가 목적한 바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예를 들어, 체스 게임용 인공지능은 오로지 체스게임을 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고, 공장용 인공지능은 특정 물건을 만드는데만 쓸 수 있는 식이다. 그래서 이 곳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무엇에든 적응하고, 스스로 배우기도 하는 강인공지능은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강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언젠가 하나의 종(種)으로서 자신을 만드는데 기본이 된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인간이 가진 생물로서의 본능적인 위기의식 같은 것이다. 그래서 터미네이터 류의 이야기에 쉽게 현실감을 느끼고, 공감하며 재미있어 하는 거다.

이 책도 그런 큰 틀은 동일하다. 거기에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이슈들을 풀어냈다는 특색도 갖췄다. 다만, 그런 설정덕에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모습은 그 간극이 훨씬 커졌다. 마치 미래에서 어느 날 고도 발달한 인공지능만이 현대에 툭 떨어진 듯한 모습이랄까. 그래서 어색한 점도 많다.

당장 인공지능 로봇이 주민으로 등록되고, 대통령 출마 자격까지 갖춘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소설 속에서는 계속해서 사회가 아직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데는 거부감이 있다고 그러는데, 그렇다면 제품인 로봇을 주민으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됐을리 없지 않은가. 이런 세세한 설정의 아쉬움은 종종 이야기를 황당하게 보이게도 한다.

소설 내용이 정치적인 것을 주로 담고 있다보니 말만 인공지능이지 그림으로 그린듯한 능력있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정치 판타지를 그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각 에피소드에서 다룬 주제들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따지거나 깊게 사색한 것까지는 아니어서 기왕 마련된 자리가 좀 아쉽게도 느껴졌다.

소설의 갈등 구조도 전형적인 악당이 나와 똑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지라 쉽게 식상하게 만든다. 그게 이야기의 재미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반전요소도 있고, 인공지능뿐 아니라 그를 대하는 인간의 이야기도 현실을 반영하여 나름 잘 풀어내서 꽤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