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르크 로셰트(Jean-Marc Rochette)’가 ‘올리비에 보케(Olivier Bocquet)’와 함께 만든 ‘엘프와드: 고도 3954(Ailefroide: Altitude 3954)’는 산의 매력을 듬뿍 담고있는 만화다.

표지

저자 목록에 ‘올리비에 보케’가 들어있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도 그럴것이 이 만화의 주인공은 장 마르크 로셰트 봉인이고, 내용 역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데도 별도의 시나리오 작가가 있다는 것은, 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는 있으나 어느 정도는 각색을 거쳐 ‘만들어진 이야기’로 완성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럴까. 만화는 상당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요 소재로 사용한 산과 등산의 매력을 정말 잘 담았다. 주인공이 산에 매료되게 되는 첫 순간이라든가, 산은 어떤 순서로 어떻게 타야하는지 하는 것이나 마침내 목표하던 곳에 올라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까지 모두 잘 그려내서 일종의 간접체험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을 등산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초짜 상태에서 시작하게 한 것도 좋았다. 덕분에 등산 과정이나 등산할 때 주의해야 할 점같은 기본적인 지식들을 얘기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고, 그건 그대로 독자들이 등산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책에는 등산이나 산의 매력도 잘 담겨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량면에서는 산 자체보다 주인공인 로셰트의 이야기가 더 많다. 이 만화는 산 만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직 어린 로셰트가 여러가지를 겪으면서 시행착오를 하고 성장해나가는 만화이기도 한거다. 이쪽을 중점으로 보면 오히려 산은 어디까지나 그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일면으로도 보인다.

작화는 감탄이 나올만큼 좋은 편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만화와는 달라 좀 어색하기도 하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만화는 캐릭터 묘사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인데, 이 만화는 그보다는 전체 그림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만화라기보다는 회화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 덕에 산의 매력은 더욱 잘 다가오기는 하나 인물의 표정과 감정은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 뚱한 표정에 가까워서다. 이는 좀 호불호가 가릴 만하다.

그 외에도 이야기를 담백하게 축약해서 담어 허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나, 의미는 알겠다만 어색한 문장들이 보이는 번역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