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단칸방’는 동명의 Android 게임을 원작으로 한 그림책 에세이다.

표지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나오게 된 책인만큼 기본적으로 이 책은 원작 게임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러면서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칸방 외톨이의 심정들을 꽤 세밀하게 묘사했는데, 그게 의외로 꽤나 볼만하다.

애초에 게임을 원작으로 한 책이라서 관심을 가진 것이면서도 볼만한 게 의외라고 하는 것은, 솔직히 냉정하게 따지자면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게임 원작이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에 원작인 게임이 RPG나 비주얼 노벨처럼 잘 짜여진 이야기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모아서 클리어 조건을 채워나가는 방치형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속 아이는 왜 외톨이인지, 그 외톨이의 방에 나는 어떻게 들어가 함께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건지, 방을 꾸미고 하는 등의 여러가지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등등을 딱히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그것들을 알아내는 것 자체도 게임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오면 사정이 좀 다르다.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외톨이의 독백은 ‘그래서?’라든가 ‘왜?’란 의문을 꽤 진하게 남긴다. 특히 외톨이 친구의 변화가 그렇다. 점차 변화되는 방의 모습도 무슨 의미이며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보는 내내 뭔가 빠져있다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마치 게임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해, 게임에서 부족했던 이야기나 경험을 좀 더 채워주기 위한 책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게임을 떼고 보면 당연히 부족한게 있을 수밖에. 책 자체로서의 완결성은 좀 낮다는 얘기다.

그래도 볼만했던 건 의외로 공감할만한 속마음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우울한 친구의 이야기들인데 왜 그렇게 공감점이 많은건지.

우울한 이야기를 하지만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좋다. 오히려 점차 우울해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라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도 꽤 괜찮다. 게임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 뿐 아니라, 단순한 케릭터가 더 감정이입을 하기 쉽게 하기도 한다. 쪽수 옆에 조금씩 바껴가는 얼굴 그림이 그려진 것도 깨알같다.

책만을 보기 보다는, 게임을 먼저 해보고 그 후 책을 접하는 걸 추천한다. 그 다음엔, 후속작으로 ‘비 내리는 다락방‘도 있으니, 그걸로 이어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