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는 한 기업의 비리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태생부터가 좀 독특하다. 소설가가 쓴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직 애널리스트인 저자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있는 회사의 이름으로 발표한 이 소설은, 그래서 적당히 이야기를 덧붙인 투자 관련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해보게 한다.

다행인 것은 그런 첫인상과는 달리 꽤나 제대로 된 이야기 구성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류, 갑작스럽게 휘말리게 되는 사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연결점은 꽤나 정석적인 흐름을 잘 따른 것이다.

본업인 애널리스트로서의 장점도 꽤 잘 살렸다. 주인공을 저자 자신과 같은 애널리스트로 삼고 그가 자신이 얽힌 기업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보이는 내용들은 처음 의심해보았던 것처럼 투자관련 내용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서 기업비리가 좀 더 구체적이고 그래서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오게 한다. 이것이 이 소설의 특징으로, 재벌이나 권력층에 대한 비판이나 뒷세계 사람들의 암투에 초점이 맞춰진 유사작들 사이에서 나름의 개성있다.

다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는 그렇게 좋지 않다.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키거나 유지해 나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덕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좀 평이하게 이어지는 느낌이라 책소개처럼 스릴러적인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에 좀 억지스러운 인간관계를 갑자기 들이미는 것도 썩 좋지 않은 전개 중 하나다.

정석적인 흐름을 잘 따랐다고 하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좀 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안하는 것은 아니고, 그게 썩 나쁘지도 않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도 역시 많이 봐왔던 것이라 딱히 신선하거나 하진 않다.

전체적으로 그냥 무난하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