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덕(李龍德)’의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あなたが私を竹槍で突き殺す前に)’는 재일 한국인 작가가 본격적으로 재일 한국인을 소재로 쓴 첫 소설이다.

표지

당연히 이 책이 소설이란 걸 알고, 그렇기 때문에 책에 담긴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저자가 만들어낸 창작이라는 걸 알고 볼 것이며, 현실의 사건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명백히 가상임을 알 수 있을만한(즉, 현실과 다름을 인지할만한) 장치들1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임을 인지하고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만큼 꽤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황스러울만한 이야기나 설정이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반대로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그렇다. 지금도 팽배한 혐오가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작가는 꽤나 잘 그려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어쩌면 많이 들어봐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고, 그래서 나름 익숙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실감이 더 소름끼친다.

(정확한 년도는 언급하지 않지만) 현재에서 이어진 가까운 근미래를 그린 이 소설은 지금 당장이라도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들을 차분하게 그리고 불쾌하게 이어나간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일고있는 소위 ‘혐한(한국 혐오)’을 가장 큰 골자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딱히 일본인이나 일본 사회만을 염두에 두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혐한은 일종의 예시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다양한 차별과 혐오들이 팽배해있는 세계 각국을 생각나게 하며, 한국 역시 거기서 예외가 아니다.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혐오 사건들이나 최근에 빈번해진 뭐든 혐오사건화하며 혐오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현상만 봐도 그렇다. 앞서 이 소설이 너무 사실적이라고 한 것도 이것들을 자연히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에서부터, ‘혐오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좋은 점은 이런 묵직하고 진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단지 그것을 다루는 소설에만 그치지 않고 소설로서의 재미도 꽤 잘 추구했다는 거다. 흥미롭게 벌어지는 일들은 대체 어떤 결과를 낳게될지 궁금하게 하며, 그것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꽤 흡입력있게 끌어당긴다.

다양한 위치와 배경,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것도 좋았다. 이것은 소설을 풍부하게 꾸며줄 뿐 아니라, 차별과 혐오라는 것이 어떻게 이뤄지고 이용되며 또 진행될 수 있는지를 꽤 잘 보여준다.

현대는 ‘혐오’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시대다. 여러가지 혐오들이 있으며, 그 혐오를 혐오하는 혐오혐오는 물론, 그런 이들을 비웃는 자들까지, 별 변태적이고 끝도없는 혐오들이 줄을 잇고있다. 그렇기에 더 그에 대해 다룬 이 소설이 이입되고 의미있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예를들면, 일본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나왔다는 것이 그렇다. 일본은 아직, 드라마와 같은 픽션에서만 있었을 뿐 현실에서는, 여성 정치인이 총리에 오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