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은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이별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크게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별을 다루고 있는데, 흔히 이런 관계의 이별 이야기가 다루는 것과는 형태와 느낌이 좀 다르다. 육체적인 이별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별을 다루기 때문이다.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머릿속은 때론 어둡고 불투명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려면 오랫동안 헤매야 할 때도 있다. 하나씩 되짚고 되새기면서 말이다.

이미 여러 가지 것들이 더는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너무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은 것들, 그것들을 가능한 한 오래 붙들고 싶어 하는 노인의 심정이 애처롭다. 모두 잊어버릴 나중이 되거든 자신에게 다시 얘기해달라며 노인은 손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무엇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되돌아본다. 거기에는 추억과 사랑이 있고 또한 후회와 아쉬움도 있다.

이것은 노인과 손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노인이 되돌아보는 과거를 겹치고,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현재를 비추며 펼쳐진다. 작가는 이를 굉장히 몽환적이며 시각적으로 그렸다. 노인의 이야기는 마치 SF나 판타지에서 상대방의 꿈 또는 정신 속으로 들어가 그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장면 전환도 마치 영화를 보듯 주변 환경이나 등장인물들의 나이, 모습이 대사와 함께 변해가는 게 눈에 그려지게 묘사했다.

작가의 묘사는 또한 비유적이기도 해서 노인의 풍경을 기억 속 장소와 사물, 비와 수해(水害)로 그렸는데 이게 노인의 상황과 심정을 너무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았다. 머릿속 혼란, 사라져가는 기억,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심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 그를 바라보는 남은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그’라고 할 수 있는 기억, 성향, 생각이 없다면 그걸 과연 ‘그’라고 할 수 있을까. 그를 앞에 두고도 그를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그가 없기에 그를 그리워 하는 것보다 더한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런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책 자체는 짧은 단편이라 맘먹으면 한나절 만에도 가볍게 읽어내기 좋다. 하지만, 담고 있는 것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무거운 생각 거리를 남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