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메이킹’은 암울하게 뒤틀린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애니멀 메이킹을 뒤쫒는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애니멀 메이킹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디스토피아다. 삶을 위한 기본 공간이어야 하는 시가 자본가의 소유물이라거나, 돈이 있어야만 시민이 될 수 있다는 것만 봐도 그러한데, 마치 자본주의가 극한으로 치달아 생겨난 사회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곳에서 어떻게든 시민이 되기 위해 애니멀 메이킹을 쫒던 소년은 우연히 규격을 벗어난 듯한 고물 로봇을 만나면서 새로운 단서를 찾아 점점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복잡한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진실은 물론 이야기까지도 난해하게 펼쳐진다.

여기서 조금 혼랍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억을 소재로 정체성을 뒤흔드는 것도, SF에서 꽤 나오는 것이기도 하나, 그걸 괜찮은 문장력과 이야기로 나름 잘 풀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혼란스러워진 후에 해석을 독자에게 맡겨버리고 작가 스스로 마무리를 온전히 짓지 않고 끝내버리기 때문에, 책을 덮고나서는 머릿속에 의문부호가 떠오르며, 이야기도 왠지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제대로 납득할만한 전개를 보이는 대신, 급작스럽게 에필로그로 넘어가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렇게 재미있었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그게 이야기 자체나, 상상력을 자극해 다양하게 해석해보게 하는 점, 묘하게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배경과 철학적인 내용 등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좋으나, 그저 거기까지 였다는 묘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건 이 책이 에세이나 철학서가 아닌 소설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점이라도 이야기를 기본으로 깔고 그 뒤에 즐길 것으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 기본이 되는 이야기 전달이 좀 약하다. 그래서 나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펼치기보다 작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를 궁금하게 하며, 그게 이 소설이 던지는 여러 수수께끼들도 좀 빛이 바래게 만든다.

품고있는 내용에 비해 이야기가 아쉬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