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1’은 마술을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다.

표지

이야기는 한 마술사에 대한 소문으로 시작한다. 망해버린 유원지에 미친 마술사가 있는데, 그가 진짜 마술을 부린다고. 절단 마술을 할 때는 진짜로 자르고, 사람이 사라지는 마술을 하면 실종이 된다고.

이 도입부는 이야기에 묘하게 스릴러 분위기를 깐다. 마술사의 뜬금없는 행동과 미쳤다는 소문은 여기에 더 불을 붙여 갑자기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겠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몇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그런 뉘앙스를 깔기도 해서 더 그렇다.

그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어설픈 손장난을 하는가 하면, 도저히 트릭같지 않은 신기한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마술사는 ‘아이’와 함께 마술을 선보이며 만화를 반쯤은 판타지로 여기게 한다.

마술사가 판타지를 끌어오는 인물이라면, 주인공인 ‘윤아이’는 철저히 현실을 대변한다. 부모가 사라진 단칸방에서 동생과 함께 근근히 버티며 일찍 어른이 된 아이. 그녀가 있는 곳과 그녀가 가진 어려움은 지독히 현실적이며 꿈같은 마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에게 닥쳐오는 일들도 그렇다.

그런 그녀가 마술사와 만나게 되면서 현실과 꿈, 현실과 판타지가 섞여 변화를 일으킨다.

당초 스크롤 웹툰으로 연재했던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서 그런지, 1권에서는 크게 진행되는 내용이 없다. 작품이 묘사에 신경쓰면서 이야기 진행은 다소 느린 편이라 더 그렇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상황을 얘기해주고, 실로 그에 어울리는 계기로 각자가 마주치게 되는 것이나,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넌지시 짐작케하는 것 등이 매끄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굉장히 흡입력이 좋다. 아이와 어른, 현실과 꿈, 현실과 판타지 등 대비되는 것들을 세움으로써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던가, 실물을 찍어서 붙인 컷이나 신체 비율을 기묘하게 뒤튼 모습 등을 사용한 연출도 얼핏 엉뚱하고 어색하면서도 또한 잘 어울린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점에서 뭔가 의도가 있음을 짐작케 하기도 한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다소 쳐질 수 있는 것을 너무 암울해지지 않게 끌어가는 것도 잘 한다. 다만, 이야기가 전개되면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야기 전개나 연출은 시험적인 것을 사용했음에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편이지만, 스크롤 웹툰을 큰 수정없이 실은데다 페이지 사정상 풀컷을 많이 쓰기 어려워서 그랬는지 여러 컷을 붙여둔 것이 스케일을 죽여서 원래의 연출이 죽어버린 부분도 더러 있다.

편집이 잘못돼서 대사칸이 잘린 부분이 있다던가, 제책 시 본딩이 제대로 안되서 갈라지고 튼어져 낱장이 쉽게 흩어져 나온다던가 하는 등 책의 만듬새도 썩 좋지않다. 무려 10년이 넘은 작품의 8쇄본인데, 이런 상태인 건 좀 실망스럽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