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그녀 장만춘’은 안시성 전투를 그린 소설로, 2010년 출간한 ‘안시의 하루’ 개정판이다.

표지

안시성 전투는 그 널리 알려진 위용에 비하면 이상하게도 베일에 가려진게 많다. 일단 안시성주의 정체부터가 그렇다. 영류왕부터 보장왕까지 2대에 걸쳐 활동했으며, 당 태종의 대군을 막아낸 명장인데도 이상하게 기록이 없는거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사 드라마는 이를 상상을 통해 매꿔내는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기록에 남지 않은것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작가는 혹시 여성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안시성 성주가 여성이라는 가정으로 안시성 전투를 풀어낸 일종의 가상역사물인거다. 그게 이긴 쪽에서도 진 쪽에서도 해당 장수에 대한 상세가 별로 없는 이유를 어느정도 예상케 해준다.

물론 그게 모든 문제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당장에 ‘애초부터 성주가 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족이라거나 고구려의 어머니라고까지 불리는 평강의 존재라던가 하는 것들을 덧붙였는데, 그게 실제 역사와는 더 동떨어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정확한 역사적 기술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파격적인 설정이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민감한 부분만 아니라면 소설에서 세밀한 역사까지 재현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가상역사 뿐 아니라 역사와 굉장히 틀어지는 대체역사물까지도 꽤 즐기는데다, 애초에 재미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는 점을 깔고 들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볼만했다.

다만, 군주로서 보이는 태도가 혼자서만 시대에 맞지않게 붕 떠보이기도 하며, 백성들의 전폭적인 신뢰라던가 판단력 등도 왕족이며 평강이라는 뒷배가 있어서 그런 것이기는 하나 너무 주인공 버프를 받은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점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아무리 당의 대군을 이겨낸 역사적 사실이 있는 명장이라지만, 별 다른 활약이 없는채로 안시성 전투에 돌입해 그런 성과를 냈다는 것도 좀 그렇다. 첫 전투를 그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왕 소설에서 인물을 완전히 다시 만들었으니, 그 전에도 군주로서의 능력을 보일만한 뭔가가 있었음을 보였다면 이후 활약도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전투의 장면 묘사도 조금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얼마 전 영화 ‘안시성(The Great Battle, 2018)’이 개봉해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글을 통한 묘사 외에는 음악이나 화면 구성, 배우들의 동작이나 표정같은 것으로 부가 설명해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소재의 영화와 소설이 기왕 비슷한 시기에 나왔으니, 한번 둘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1

이 소설은 ‘평강: 고구려의 어머니’을 잇고, ‘계백: 신을 만난 사나이’으로 이어지는 삼부작 중 2번째 소설이다. 따로 읽어도 괜찮을만큼 어느 정도는 독립성도 갖고 있지만, 전편에서 이어지는 내용도 있고 후편으로 연결되는 것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시리즈를 연속으로 보면 더 좋을 듯하다.

  1.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개정판이므로 비슷하게 나온 건 아니다. 어쩌면 이번 개정판 자체가 일부러 영화 개봉에 맞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