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오니(靑鬼 The Animation, 2017)’는 동명의 게임을 주제로 새롭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포스터

게임 아오오니는 ‘RPG Maker’를 이용해 개인이 만들어 자유롭게 배포한 게임이다. 우연히 한 저택에 갇히게 된 주인공 일행이 그들을 노리는 아오오니로부터 도망치면서 저택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며 비밀을 파헤친다는게 주된 내용이다.

RPG Maker로 만든 게임이라 한계도 많지만, 호러 게임으로서의 면모와 비밀을 해쳐 나가는 어드벤쳐 게임 요소를 잘 구성했기 때문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바 있다.

그래서 다양하게 미디어 믹스가 이뤄졌는데, 영상물로도 이미 실사 영화 2편과 TV용 단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바 있다. 이번이 무려 4번째 영상화인 셈이다. 게다가 망했던 실사 영화와 달리 원작을 기묘하게 비틀어 코믹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던 스튜디오 딘(スタジオディーン, Studio DEEN)이 이번 영화판을 만든다고해서 조금 기대 할만도 했다.

영화는 이미 여러번 사용된 게임의 이야기를 재탕하는 대신 새로운 장소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런 결정은 환영할만하다. 이야기도 나름 괴물 공포 영화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러나 다소 뻔한 점은 아쉽다. 뒤가 꽤 잘 예상되는데다, 거의 예상대로 진행되기 때문인다. 그래서 공포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건 작화나 연출이 문제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고편을 볼 때부터 사실 이미 좀 불안하긴 했다;

아오오니는 3D를 카툰 렌더링해서 만들었는데, 그 결과물이 아주 조악하다. 인물의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표정은 완전 심각할 정도여서 전혀 감정 전달도 안되고 그래서 등장인물의 공포에 전혀 공감도 할 수 없다. 보고있자면 열일하는 성우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다.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단 어설픈 종이 인형극 같지 않은가.

연출도 엉망이다. 구도나 카메라 워크도 너무 어설퍼서 마치 학부생들의 단기 프로젝트를 보는 것 같았다. 3D를 쓴 만큼 아오오니 하나 만큼은 원작의 모습을 꽤 잘 구현했다만, 애초에 게임속 아오오니의 모습은 개인 제작이기에 적당히 만들어서 그런 것이지, 전혀 개선없이 이렇게 쓸만한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 이질적인 질감은 또 뭐냐.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맞게 다시 그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일본 만화 원작 영화를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일본은 너무 지나치게 원작에서의 ‘겉모습’에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해도 코스프레 학생 영화 같은 결과밖에 안나오지. 아오오니를 보면서도 그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간은 1시간 정도로 굉장히 짧았는데, 워낙 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짧은게 차라리 나았던건가 싶기도 하고 참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게임을 재밌게 즐겼고 인기도 많았던 작품이라 나름 기대를 했는데, 한마디로 너무 질이 떨어지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차라리 게임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TV에서 특선 방영 정도 하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게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니. 용기에 참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