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쿠미야 조타로(木宮 条太郎)’의 ‘수족관 소녀(水族館ガール)’는 갑작스레 수족관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들을 담은 일종의 직업 소설이다.

표지

갑작스런 수족관으로의 파견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좌천과도 같은 것이다. 심지어 그게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니 일은 어렵지, 근무처에서도 곱지 않은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성격적인 것에 도움을 많이 받은 때문일까. 어렵게만 여겼던 수족관 일에도 점점 적응해가고, 1년뿐인 파견이었지만 조금씩 수족관에 애정도 갖게 된다.

이 소설은 얼핏 봤을때는 꽤 가벼운 소설처럼 보인다. 주인공 버프를 엄청 받아서 어렵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치워버리며 주위를 놀라게 하고, 그러면서도 일에 진지해 별 다른 연애는 못했던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펼쳐보면 의외로 수족관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많이 다룬다. 우리가 흔히 ‘구경’하러 가는 수족관이 아니라, 생물을 전시하는 생물박물관으로서의 의의와 역할이나, 그것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 그리고 한가로울 것 같지만 사실은 매일 바쁘게 해야하는 여러 관리 업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비록 그렇게 깊게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수족관에 대해 알게된다. 특정 직업에 대해 다루는 직업 소설로서의 면모를 꽤 충실히 수행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과 그가 만나는 수족관 식구들과의 이야기도 잘 풀어내서 인간드라마로서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 두 부분은 어느 한쪽이 강하지 않고 서로 적당하게 잘 어우러져 있어서 어느쪽을 메인으로 두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딱히 수족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번역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긴하나, 가끔 쌩뚱맞아 보이는 문장도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돌고래도 고등어에 해당한다.”는 문장이 그렇다. 괄호치고 ‘(저항력은 있다)’라고 덧붙여 놓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봐도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일본의 말장난이거나 수족관에서 쓰는 표현인 모양인데,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걸 알아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다르게 바꿀말이 없었다면 주석이라도 달아주면 좀 좋은가. 그 외에도 앞뒤 문장이나 상황에 안맞는 표현도 종종 눈에 띄는데, 일부는 그저 단순히 직역해논 건 아닌가 싶은 것도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소설을 보다보면 ‘이 장면은 일러스트로 보면 더 좋겠는데’ 싶은 장면이 꽤 있는데, 삽화가 하나도 없어 이것도 좀 아쉬웠다.

2011년에 ‘아쿠아리움에 어서오세요(アクアリウムにようこそ)’란 제목으로 처음 나온 이 책은, 이 후 제목을 바꾸고 재간을 거쳐 현재는 (일본 기준으로) 4권까지 발매되었다.1 2016년에는 NHK에서 동명의 7부작 드라마를 내놓기도 했으니2, 이야기 자체는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는 보지 못할 수족관 안쪽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게 꽤 흥미롭고, 감정과잉없이 너무 무겁진 않게 다루는 인간드라마도 꽤 괜찮다. 가볍게 즐기기 좋으므로 부담없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1. 한국에서는 2018년 5월에 1권이 나왔으며, 8월에 2권이 연속해서 발매될 예정이다. 

  2. 7부작 완성을 위해서인지 소설과는 설정 등이 조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