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의 버튼’은 독특한 복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아라한(阿羅漢; 羅漢; Arhat)’이란 불교의 성자를 일컷는 말로, 원래는 부처를 가리키는 칭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수행 끝에 번뇌가 소멸하고 해탈하여 윤회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열반에 다다른 자, 그러니까 쉽게말해 신의 반열에 올라 극락정토에 이르른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아라한을 자칭하는 자가, 막상 하는 짓은 그 이름관 전혀 상반되는 복수 대행업 같은 것이라는, 그것도 이미 어렵고 불행한 사람에게나 짐을 더하는 정도에 불과한 (있는 놈 자식들에게는 티끌만한 타격도 주지 못할) 3천만원 어치의 불행을 지게 한다는 쫌스러운 짓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기묘해서, 이것만으로도 마치 비꼬기같은 어떤 뒤틀림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전혀 그 복수에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라한이 제시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되는 얼핏 가벼워 보이는 행위이긴 하지만, 나름 충분할만한 성공을 거머쥔 듯한 인물이 그 과실을 맛보려는 듯한 시기에 그것을 선뜻 결정한다는 것 역시 그러해서 과연 어떤 개인사와 뒷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은 이런 흥미로웠던 첫 시작을 꽤 나쁘지 않게 끌어가는 편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게 또 다시 다음으로 이어지면서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처음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든가, 대놓고 불교적이면서도 전혀 불교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대단히 불교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등, 전체적으로 여러가지가 회귀하는 구성을 한 것도 꽤나 괜찮다.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로 건너가면서 이전의 이야기가 좀 부정되는 듯한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인간사라는 큰 틀에서는 이상할 게 없으며, 무엇보다 소설이 전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바와도 맞닿은 면이 있어 결론적으로는 좋은 전개였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 구성과 메시지를 꽤나 준수하게 잘 완성한 소설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