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리랑 17:20≠1:1.2≠1/1.2=1:2=1/2’은 만화를 그리겠다면 산골에 내려가 처박혀 한 여러 새삭들을 담은 만화다.

표지

이 만화는, 그저 ‘만화’라고 하기엔 이제까지 만화에 비해 꽤 독특하다. 그림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다.

얼핏보면 마치 만화가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의 일상을 담은 것 같다. 그러나 시골에 내려가 살면서 그곳에서의 겪은 일상을 주로 다룬다기 보다는, 그러면서 했던 고민이나 다짐 등의 사유 과정과 그 결과를 담은 것에 더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일상물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에세이에 더 가깝다.

또한 내용상으로는 철학서에 가까운데, 저자가 하는 얘기도 그렇고 인용하는 내용도 대게 철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저자의 전작도 철학을 담은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이 잘 하는 것을 한 셈이다. 만화가이면서 또한 철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철학을 그저 학문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 일상에 적용해 생각하는 것을 보면 좀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그 덕에 이 책은 좀 어려워 졌다. 저자가 사유한 과정과 내용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제로 “17:20≠1:1.2≠1/1.2=1:2=1/2”란 난해한 수식이 붙어있을 때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던걸까.1 가벼운 일상물을 기대했다면 조금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마치 데생을 하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 그게 철학적인 내용과 묘하게 잘 맞는다. 다만, 깔끔하게 정리된 스타일은 아니어서 만화로서는 좀 거칠달까 지저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손으로 쓴 글자가 알아보기 힘들게 뭉개져 있어서 더 그렇다. 혹시, 일부러 알아보기 어렵게 하려고 그런 거려나.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도, 일단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작은 책의 판형과는 맞지 않는 거 아닌가 싶어 아쉬움도 남는다. 판형을 좀 더 키우거나, 컷을 줄이는 대신 장수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1. 수식의 의미는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 나와있다. 해당 부분을 옮겨본다: 책은 17:20의 비율이며, 이는 1:1.2와 약간은 엇나간, ‘2’(공동)로만 가겠다는 의지도 아니고, ‘1’(고독)로 만족하겠다는 체념도 아닌 ‘2’를 기다리는 작가의 충동을 비율로 구축한 것입니다. 혼자, 당당히, “나”를 담고 싶었던 순수한 욕망을 실었습니다. 그는 혼자였고, 외로웠으나, 그 고독에 순응해 작은 것들에 만족하고픈 유행과는 다릅니다. 온전한 우리가 되기 위해 1/2이 2/2로 묶이기를 소망하는 생생한 시간과 접할 때, 우리는 모두 내일의 기대로 오늘을 다시 쓸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 힘의 욕망은 사납기에 매혹적이니까요. 그는 혼자였으나, 우리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