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쿠라 스즈(小桜 すず)’의 ‘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明日をくれた君に、光のラブレターを)’은 10대 감성을 꽤나 잘 담아낸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아니, 이걸 로맨스 소설이라고 소개해도 될지 모르겠다. 하여튼 요즘 소설들은 워낙에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어서.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달까.

보면서 우려됐던 것 중 하나는 ‘사토 찾기’라고 칭할만한 일종의 미스터리 요소였다. 한 한국 드라마가 소위 ‘신랑 찾기’라는 걸 내세우면서 억지스런 이야기 만들기, 이야기 흔들기 같은 것을 보이며 짜증나게 했는데도, 인기를 끌어서였는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놈의 억지 찾기를 계속 내보였었기 때문이다.

그 후론 나름 재미요소였던 ‘찾아봐’ 요소가 똥작이 되느냐 마느냐를 크게 가름하는 폭탄 요소로 느껴졌고, 그런 요소를 사용한 작품도 썩 선호하지 않게 되었었는데, 다행히 이 소설은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좀 더 순수하게 미스터리한 찾기 요소에 가까워서 참 다행이었다.

주인공인 ‘미즈키’ 만의 ‘사토’ 후보는 여럿 나온다. 손쉽게는 가장 가까운 인물에서부터, 설마 얘는 아니겠지 하는 인물, 실제로 밝혀졌다면 꽤나 문제가 됐을법한 의외의 인물까지 여러 사람들이 사토의 후보로 제시되고 하나씩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럼 누군인지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스터리 요소라는 것을 실로 잘 이용한거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단지 그것에만 올인하여, 오로지 그것을 추측하고 알아내는 것만에 모든 것을 쏟은 게 아니라, 주인공과 그 또래가 가진 생각과 고민 등을 잘 그렸다는 거다.

알고 싶은 것과 모르고 싶은 것, 기대와 사실, 이상과 현실의 충돌,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든가 진실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한 용기 같은 것들을 나름 공감되게 담아냈다.

미스터리하고 다소 판타지적인 이야기도 꽤 잘 풀어냈다. 이야기의 초점이 그것 자체에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맥거핀으로 전락해버렸다 해도 이야기의 짜임새가 아쉬웠을지언정 의미를 완전히 잃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편하게 넘기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든다. 소설이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을 강조하는 역할도 하기에 더 그렇다.

번역은 상당히 실망스러운데, 이게 진짜 번역가가 한 것인지 의심케 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호칭같은 언어적인 요소를 전혀 제대로 바꾸지 않은 게 그렇다. 번역에 실패하기는 커녕 전혀 하지도 않아놓고는, 뒤에 뜬금없이 ‘일본어엔 이런 점이 있다’는 주석만 달아놓음으로써, 전혀 있는지 알 수도 없었던 추리 요소가 사실은 원문에서 어떤 식으로 쓰였었는지를 역으로 추리하게 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질러 놨는데, 아니 무슨 요소가 어떻게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주간 연재물도 아니고, 결말까지 나와있는 단행본을 이딴 식으로 한다고? 기계처럼 단순 번역만 할거면 대체 번역가가 뭐하러 필요하겠나.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