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은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그림 이야기다.

표지

이 작가의 장점 중 하나는 글과 그림이 모두 가능하다는 거다. 작가 자신이 쓴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덧붙이거나 반대로 보여주고 싶은 그림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을 때에는 둘이 담고있는 묘사의 차이나 글과 그림이 정확한 곳에 위치하지 않는 등으로 인해 미묘한 어긋남을 느끼게 될 때도 있는데, 한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만들면 그런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러해서 그림과 글이 꽤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인지 일단은 소설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사실 소설이라기엔 좀 애매해 보인다. 두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빼고나면 딱히 이야기라 할만한 게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너무 단순하달까, 플롯이 촘촘하게 짜여있지 않고 좀 휑하달까.

거기에 조발성 알츠하이머와 말기암 커플이라는 것도 잘 와닿지 않는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그런데 둘을 조합까지 해둔데다, 심지어 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나이마저도 27세로 너무 젊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로맨스를 위해 젊은이가 필요했다고는 하나, 이건 좀; 물론 그렇다고 (굳이 따지자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또 아니니까) 이런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그럴 것까지는 아니나, 그래도 너무 공감대 형성이 안된다는 말이다.1

그래서 그런지 저자도 어떻게든 제대로 된 이야기로 그려보려고 하기 보다는 비밀스런 일기를 들춰보는 것 같은 형식을 취하면서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 둘이 내비치는 감정에는 일반적인 것들도 많아서 나름 받아들일만도 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작가의 말’ 마저도 ‘어느 것 하나 와닿지 않았습니다.’란 토로로 시작하니, 뭐, 더 얘기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