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 퀴글리(Emma Quigley)’의 ‘머니게임(Bank)’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은행을 운영한다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꽤 멋지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아직 어린 학생들이, 그것도 학교 내에서만 운영하는 은행을 세운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조금 장난같다. 왜냐하면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잘 운영되고 있는 은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누가 굳이 개인 은행에서 빌리려고 하겠느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환수나 수익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생각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툭 던진 한마디로 시작된 이 은행이 그렇게 잘 될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보다보면 이게 꽤나 재밌게 흘러간다. 생각보다 잘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엄청.

물론 그건 어쩌다가 시기좋게 빌리려는 쪽과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허술한 관리가 그렇게까지 잘 될리가. 하지만, 거기엔 또한 작은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떡잎이 보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얘기를 꺼낸다던가, 때론 위험해보이는 일에도 발을 들이민다던가 하는 과감함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들이 다음엔 무슨 일을 벌일지, 그게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한다.

반쯤은 ‘놀이’이겠거니 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이야기는 꽤나 진지하게 은행의 여러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치 현실의 은행을 압축해서 그려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은행이 어떻게 발전하고 돌아가는가, 또 그 뒷면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들을 조금은 맛볼 수 있는데 그런 점도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에 과정을 생략한다던가 하는 면이 있어서 공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학교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나름 잘 살렸다.

번역은 좀 아쉬워서 때때로 이해못할 문장들이 눈에 띈다. 영어를 이용한 말장난 같은 것이 그렇다. 언어 차이가 있으니 한국어로야 마땅한 번역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주석이라도 달아뒀으면 좋았으련만 꼼꼼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