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쏙닥쏙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기 전자에 관한 개념을 알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표지

전기 전자에 대해 알려면 그에 관한 개념 뿐 아니라 공식이나 화학, 물리 지식까지 어느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비로소 전기가 발생하고, 우리사 사용하는 전자기 회로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만은 않은 분야인 게 사실이다. 그걸 이 책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접근 난도를 낮추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나름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그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설명 뿐 아니라 관련 기기나 회로도, 수식 등도 많이 쓰이는데, 만화는 그걸 보여주는 역할로도 쓰인다. 그래서 실용적으로 꽤 괜찮은 접근이기도 하다.

책은, 전기 전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쓴 것인 만큼, 기본적인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전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기적 현상이나, 회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걸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단한 것에서부터 하나씩 추가해가며 설명한다.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며 따라가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쉬운 건 전기 전자의 기본 개념과 그 상세 내용을 만화에 녹여내 담은 게 아니라, 만화를 삽화같은 수준으로만 사용했다는 거다. 이게 꽤 의도적이어 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각자에 맞는 대화문이 아니라 거의 설명지문을 그대로 나누어 붙인 수준에 불과해서다. 그게 만화를 보고 있지만 만화를 보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며, 세명의 케릭터가 나와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 역시 묻히게 만든다.

만화와 함께 강조했던 애니메이션의 수준도 낮다. 설명 음성 없이 단순히 추가 설명 등이 있는 화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단순한(없어도 큰 상관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동영상 캡쳐한 듯한 것만이 이어져서 딱히 이게 인쇄본보다 더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다.

거기에 오타까지 많다. 중요한 수식과 그 설명에도 잘못된 내용이 있는데다, 그 중에는 다른 책을 보고 배끼면서 잘못 쳤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오타도 있어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책을 볼 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이게 오타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면 좀 그렇지 않을까. 해당 내용에 대해서 배우려고 책을 보는 것인데 그럴려면 책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니, 그럼 나는 어디가서 이게 맞는지를 배워와야 하나.

책이 추구하려던 방향 자체는 나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낮은 완성도는 그것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