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살미에리(Daniel Salmieri)’의 ‘산책(Bear and Wolf)’은 제목처럼 곰과 늑대의 산책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한 겨울, 아무도 없을 것처럼 하얀 눈에 덮이고, 초록도 짐승들도 보이지 않는 숲속을 조용히 걷던 곰과 늑대는 서로 마주치게 된다. 서로 다른 듯 닮은 회색 늑대와 까만 곰은, 잠시 서로를 마주본다.

보통 생각하는 건 이둘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일거다. 야생에서 한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고, 그렇기에 그런 둘이 마주쳤다면 서로 자웅을 가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을 조용히 산책하던 둘은 그런 다툼따위는 사소하다는 듯 당초 하려던 조용한 산책을 마저 계속하기로 한다.

쓸쓸한 겨울 숲속을 홀로 거닐다, 서로를 만나 함께 산책을 하고, 마침내 갈림길에 다다른 둘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조용히 안녕을 말하고 서로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새싹이 트는 꽃피는 계절에, 겨울에 그랬던 것처럼 홀로 산책하다 만난 둘은 전에는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따듯한 온기와 함께 오는 봄을 만끽한다.

별 다른 대사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그림책은 묘한 감동을 준다. 사소하게 배치된 모든 요소들이 그렇다. 짐짓 강렬한 다툼을 일으킬 것 같은 늑대와 곰이 한가로이 계절을 거니는 것도 그렇고, 별 말 없는 둘이 산책을 하며 묘하게 피어나는 관계도 그러하며, 차가운 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이 되어 다시금 만나 전과 같으면서도 또한 다르게 따듯한 산책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겨울과 봄을 회화적으로 대치해 그린것도 좋았다.

딱히 멋스런 말이나 문장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따뜻하고 매력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