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치마코바(Svetlana Chmakova)‘의 ‘학교에서 살아남기 2(Brave)’는, 집단따돌림과 존중, 그리고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에 대해 얘기하는, 시리즈(Berrybrook Middle School Series) 2번째 책이다.

표지

젠슨은 위험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하면 생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곤 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중학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두고있는 것은 태양의 흑점 문제로, 나중에는 우주비행사가 되어 그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꿈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꿈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주비행사가 되는데 필요하다는 수학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기만 하고, 해야겠다고 작정해둔 일들은 자꾸 깜빡하며, 심지어 친구들과의 사이도 그리 좋지 않다.

그렇게 미묘하게 자신이 있는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불안감이 들던 어느 날, 젠슨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되고,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과 그로 인해 붉어진 갈등의 해소를 모두 조금은 느리고 차분하게 그려냈다. 거기에 이야기의 주인공 젠슨이 다소 망상을 즐기며 유쾌하게 넘기는 성격인 것도 한몫해서 주제에 비해 생각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젠슨의 그러한 면모는 의외로 이야기의 심각성을 은근히 묘사한 것이기도 한데, 심리적인 압박감 속에 처하게 되면 현실도피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작품속에서 젠슨이 현실을 부정하며 꺼내는 얘기들도 사례집을 참고한 것 처럼 현실적이었다. 그 밖에도 집단따돌림 관계자들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계 안에 그게 어떻게 문화처럼 정착하게 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직시하고 극복해야 하는지도 잘 그렸다. 그래서 많은 부분 공감도 간다.

아쉬운 점은 주요 내용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파충류 뇌’에 대한 리포트와 집단 따돌림 설문지, 친구들의 말과 젠슨의 독백을 통해 거의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거다. 그래서 중간 중간 쫌 교육 방송이나 학습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파충류 뇌에 대한 리포트도 과연 중학생이 그 정도까지 정리할 수 있을까 싶게 하며, 그런 걸 만들 정도로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친구를 위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심적으로 위축된 친구를 이용해 먹는듯한 행동을 하는 것도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엔딩 역시, 젠슨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나, 얼마나 현실적일지는 의문이 남으며, 따돌림 문제 개선을 위한 여러 시행책들이 결국엔 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인 것 같아 찝찝함도 남긴다.

그래도 관련 내용과 메시지를 충실하게 잘 담아내 배울 점이 많으며, 그것을 여러 아이들의 사연과 함께 풀어내서 이야기로서 보는 맛도 있다. 베리브룩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시리즈이므로 전권에서 보았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한 재미다. 일부 캐릭터는 이야기가 좀 부족한 느낌도 드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다음이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