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Torbjørn Øverland Amundsen)’의 ‘변신: 천 년을 사는 아이들(Bian Shen, 变身)’은 환생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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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아무래도 판타지 느낌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SF 같기도 하다. ‘선택된 아이들’의 배경이나 능력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타지 팬에게는 물론 SF 팬에게도 흥미로울 만하다.

책에서 말하는 ‘변신’은 ‘환생’을 다르게 일컷는 것이다. 무려 수천년동안 계속해서 환생하는 ‘선택된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시 삶을 사는것이 마치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해서 변신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작가가 동양 문화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작품 내에 중국어나 일본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책 제목인 ‘변신’도 중국어(变身 [biàn//shēn])의 것을 가져온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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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환생을 이렇게 추측해서 얘기하는것은 계속해서 환생을 거듭하며 인류 역사에도 많은 족적을 남긴 그들 역시 환생의 원리나 이유,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살면서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기도 한다.

환생에 대한 설정은 꽤 흥미롭게 잘 짠 편이다. 선택된 아이들이 14살 까지만 살 수 있고, 14세 생일이 되기전에 죽어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그 하나다. 이 때문에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될 수 없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계속 살아갈 수 있으면서도 이들이 세계를 정복할 수 없는 (즉, 보통 사람들의 세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게 다소 먼치킨 같을 수 있는 아이들과 일반인 사이에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준다. 그 외에도 보다보면 흥미롭게 묘사한게 많아서, 동양인에게는 다소 무딜법한 환생이 꽤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등장인물도 잘 배치했다. 단순히 환생하는 아이들이 여러 역사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겪어야 했던 여러 일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그로인해 서로 어긋난 아이들의 대립이 극을 스펙타클하게 해주기도 한다. 아이들만 아니라 일반인이 사건에 주요하게 참여하는 것도 좋았다. 아이로밖에 지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생기는 제약을 비밀결사와 연결지어 얘기하는것도 꽤 재미있었다.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하기에 분량도 무려 660여 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그러면서도 단숨에 읽어내려가도 좋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다.

다만 책을 읽고나서는 조금 의아한 감정에 빠질 수 있는데, 그건 이 책이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권, 2권 하는 식으로 많이 작명하는 한국과 달리 각 권별로 개별 제목을 쓰는 외국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마치 한권으로 완결인 것 처럼 보인다. 적어도 책 소개글에서라도 3부작이란 걸 언급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시리즈물인만큼 아직 뭐라 평가하기는 조심스럽다. 어서 빨리 2부, 그리고 3부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