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생일잔치’는 ‘정해진찬의궤’에 나타난 왕실의 생일잔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고종정해진찬의궤(高宗丁亥『進饌儀軌』)’는, 대한민국 보물 제1901호 일괄 지정되어 있는, 조선 고종 24년 정해년(1887년)에 신정왕후의 팔순 잔치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여러권으로 절차나 복식, 음식 등을 꽤나 상세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당시의 왕실생일잔치가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데, 그걸 잔치에 참가한 아이들이 작은 소동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는 줄거리로 사료에 기반해 다시 그린 그림으로 보여주며 하나씩 살펴보게 한게 꽤 괜찮다. 너무 자료집을 읽는 것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과정과 모습 등은 그것대로 잘 담아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단지, 조선 왕실의 생일잔치는 어떻게 치러졌는지, 또 잔치에는 무슨 음식들을 먹었는지가 궁금하다는 식의 호기심만으로도 가볍게 펼쳐보기 좋은 그림책이다.

아쉬운 것은 초대장을 통해 생일잔치에 들어가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거다. 막상 실제 내용은, 전혀 독자가 직접 체험하는 식이 아니라, 책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라서 기껏 재밌었던 초대장 아이디어가 의미없이 죽어버렸다는 것이 아까웠다. 혹시나 초대장을 통해 참여인원을 선발했던 거라면 또 모르겠으나, 그런 내용이 밝혀져 실린 것도 아니고, 국가 행사에 가까운 진찬을 초대장 같은 걸로 선별하진 않았으리란 걸 생각하면, 좀 쓸데없는 것 아닌가 싶어 더 그렇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보니 진찬의궤의 내용을 상당히 압축해서 실었는데, 보다 상세한 정보를 보고 싶다면 인문정보학 위키를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좋다.

위키에서는 책에 실린 것처럼 그린 그림은 같은 건 없는 대신 사료 속에 그려진 그림 자료나 문헌, 3D로 재현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정리한 자료라 그런지 상세 설명이 없는 것도 있긴 하다만, 장식품이나 음식, 관련된 사람 등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어 나름 유익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