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슈얼(Anna Sewell)’의 ‘블랙 뷰티(Black Beauty)’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미 소설이다.

표지

일종의 자서전적 회고록인 이 소설의 화자는 무려 말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지켜본 말의 생애가 아니라 말 자신이 스스로의 삶이 어떠했다는 식으로 극을 구성했다는 것이 좀 독특하다.

그렇다고 전혀 생소한 말의 삶을 그려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블랙 뷰티’는 자연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태어나고 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데다, 주인공이 누구고 시점이 어떻든지간에 결국 이 글은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몇몇 부분에서는 ‘말이 이런 걸 신경쓴다고?’ 싶은 점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로 말이 신경을 쓸지 안쓸지는 알 수 없기에 딱히 그게 이상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동물적인 부분보다는 어느정도 인격적으로 그려진 면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말들의 심경에 더 잘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고작 18개월이라는 짧은 시한부를 선고 받고서 남은 인생을 이 작품을 쓰는데 보낸 저자는, 그만큼 말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는지 말의 처지도 꽤 잘 담아냈다. 단지 필요에 따라 사고 파는 (물건처럼 취급되는) 단순한 것 뿐 아니라, 단지 멋을 위해 말에게 장기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짓을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당시의 말에 대한 취급에 대한 비판을 담고있기도 하다.

인간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보니 자연히 인간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시대를 초월한 듯한 이야기들은 사회 비판적인 면모도 잘 드러낸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