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는 제주에서 미야케지마로 삶을 위해 떠났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디아스포라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ά / diaspora)’란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 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기존에 살던 곳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본토를 떠나 다른 곳에 항구적으로 정착한다는 점이 유목이나 난민과는 좀 다른데, 전쟁으로 여러 곳으로 흩어져 살아야만 했던 한국 사람들을 잘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 속 가족들도 그렇다. 이들은 개인의 바램이나 영화를 쫒아 이주를 한게 아니었다. 그저 일제강점기라는 국가의 이상 사태에 휘말려 여러 고초를 겪게되자 어쩔 수 없이 떠밀렸던 것이었다.

심지어 그 후의 일 마저도 썩 평탄하지만은 않다. 이들이 겪는 일들에는 때로 분노가 차오르기도 하고, 어쩔땐 슬픔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담담하게 기술해나간 것 치고는 의외로 짠내나는 이유다.

감정에 크게 젖지 않는 것은 작가의 성향으로 보이는데, 그게 조금은 이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건 작가가 그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꼼꼼히 써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300여쪽밖에 되지 않지만, 읽기에는 600여쪽 정도는 되어 보였다.

4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를 크게 둘로 나누어 전개한 것도 꽤 괜찮다. 각각은 할머니와 손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두 이야기는 묘하게 서로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또한 잘 어울렸다.

이들이 겪은 고초들은 시대가 남긴 아픔이었기도 하지만, 그들이 끝내 디아스포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단순히 그 뿐만이 아니었다는 게 우리에게 못내 부끄러움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