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왕 1’은 꽤 제대로 된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한국에서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좀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위 판무, 즉 판타지-무협으로 엮어서 내놓는, 약간의 랜덤성을 가미한 정형화된 공장에서 마치 즉흥적으로 찍어내듯한, 제대로 퇴고조차 되지 않은 지나치게 가벼운 소설들이 한국의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좀 제대로 썼다고 자부하는 소설들은 장르명까지 박아 만든 분류인 ‘판무’가 아니라 ‘일반’ 소설이나 ‘청소년’ 소설로 내놓곤 한다. 이 소설도 그렇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를 기본으로, 거기에 신화시대가 섞여있는 느낌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대장장이의 왕’을 통해 소위 오파츠나 스팀펑크스러운 시대를 어긋난 물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세가지의 조화가 썩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그렇게 신선하거나 하진 않지만 꽤나 매력적인 세계로 보인다.

1권은 대장장이의 왕이라는 특별한 인물과 그가 등장하게된 세계 배경을 소개하고, 그 유례없는 능력 때문에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시키면서, 그를 배경적인 지식이 아닌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를 꽤 잘 이끌어내고 있다.

아직 초반이라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상세가 드러난 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급작스러운 변화를 보이는 듯한 인물도 있기는 하다만,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크게 의아함이 남지는 않는다.

이는 물론 아직 1권일 뿐이니, 이후에 충분히 풀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흥미로운 배경을 소개한 이후에는 지루할 수 있는 정체기를 건너뛰고 바로 주인공의 이야기로 넘어가 버리는데, 이 사전 배경이 여러가지 후속할 이야기거리들을 남겼기 때문에 다음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사뭇 궁금하게 한다.

꽤나 오랫만에 본 제대로 된 판타지라, 실로 이후가 기대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