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피스’은 직장인 문제를 담은 일종의 다크 판타지다.

표지

현대를 배경으로 직장인이라는 대단히 사실적인 소재를 이용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을 판타지라고 소개하는 것은, 저자가 그것을 풀어내는데 그러한 서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야기 구성만 놓고 본다면 좋게 얘기하긴 어려운 소설이다. 팬데믹으로 공권력만이 무너지고 일개 기업을 막을 수 없게 된다거나 의심스런 첨가물, 조폭 같은 여러 설정들도 좀 허술하고, 직전에 했던 이야기 전개가 갑자기 뜬금없는 식으로 급전환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사고가 일반적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기업과 조직의 문제점들마저 판타지로 과장되어 그림으로써 정작 중요한 현실성을 잃고 공감점을 떨어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잘 살렸다고 하기 어려우며, 담으려는 메시지도 흐려졌다는 얘기다.

다행히 그것들을 그저 던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3부를 통해 이제까지의 다소 황당했던 이야기들을 뒷받침해줄 논리를 만들며 나름 정리를 하는 것은 그래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 직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의문까지 처리해주지는 못한다.

좋게말하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자유롭게 뿜어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냉정하게 말해 그게 과연 적절하거나 좋은 것이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까.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