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은 인간의 특정 부분에 반응하는 기묘한 질병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일종의 코즈믹 호러같은 느낌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 소재이며 제목이기도 한, 가상의 병 ‘푸른 살’은 외계(우주)로부터 날아온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그 정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하고, 그저 휘둘리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자연재앙같다는 점에서 꽤 유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범 지구적인, 심지어 감염율 100%에 달하는, 감염병을 유발한데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단지 죽음 뿐이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쫌 아포칼립스적인 느낌도 풍긴다.

그런 와중에도 푸른 살을 둘러싸고 조금씩 다른 주장들을 내뱉는가 하면, 밀접하게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인물들끼리 부닥치게 되면서 어두운 인간 드라마를 펼쳐나가는 것이 꽤나 볼만하다.

‘아이버스터’라는 테러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탈옥 사건, 그가 저질렀던 대규모 학살과 푸른 살의 관계,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들도 후반부까지 흥미롭게 잘 끌고가는 편이다.

비록, 후반부에 SF적이라기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문스런 설정도 나오고, 일부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서사도 흐지부지 넘기는데다, 주제가 이야기를 통해 뚜렷하게 두드러진다기보다 나중에 덤처럼 얹어지는 모양새처럼 느껴진다는 아쉬움은 있다만, 그래도 지루해지진 않기 때문에 끝까지 나쁘지않게 볼만하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 데뷔작이지 않을까.

책에는 푸른 살이라는 요소 외에도 휴머노이드와 전신 사이보그가 등장해 인간이란 것의 선을 넘실대기도 하고, 로봇 3원칙의 다른 버전같은 제약이라든가, 발달한 로봇 기술을 이용한 몸 갈아타기같은 흥미로운 SF 요소들도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주된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하나하나를 깊게 풀어낼 수만 있다면 개별적으로도 다룰만한 소재라 혹시 같은 세계관의 소설 시리즈를 쓸 생각이 있을지 살짝 궁금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