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개를 펼친 밤’은 무협 게임을 소재로 철학적인 얘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표지

소설에는 크게 3가지 이야기가 섞여있다. 하나는 가상세계인 비욘드월드와 언더월드를 오가는 무협지, 다른 하나는 현실에서 그런 아바타를 조종하는데만 몰두하는 루저 김기림,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런 김기림에게 양쪽 세계 모두에서의 깨달음을 가져다주는 ‘프타아테이프’다.

프타아테이프는 현실 김기림 이야기의 연장에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세번째 이야기로 따로 언급한 이유는 그 존재가 하 수상할만큼 크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을 섞어놓은 듯한 세계관이나 독특한 철학관은 마치 종교서를 연상케 한다. 그것을 우연하게 접한 후 급격하게 빠져드는 김기림의 모습이 더욱 그렇게 비치게 한다. 그는 마치 광신도처럼 프타아테이프의 문장에 심취하고 그걸 실천해나가는데, 그게 미묘하게 불편한 기색을 끼친다. 그 내용 자체는 생각해볼만한 철학적인 사유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아무래도 이런 신흥종교서에는 의심과 거부감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건 현실에선 모든 것을 포기한 루저중의 루저인 김기림이 차츰 현실에서의 생활과 삶을 되찾아가는 것이 오직 프타아테이프 때문이라 더 그렇다.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그거였느냐가 걸릴 수 밖에 없다. 지인의 조언, 부모의 마음, 스스로에 대한 질책과 오랜 사유끝에 다다르는 깨달음 같은 것도 있었으련만, 그 모두를 마다했던 주인공이 뜬급없이 책 하나에 바뀌어가는 것은 좀 황당하고 공감하기도 어렵다.

비욘드와 언더로 나뉘 가상세계 자체는 나름 흥미로웠다. 두 세계가 각자의 개성을 갖춘 사회를 이룬 것도 그렇고, 양쪽을 오가게 만든 시스템이 일종의 윤회관을 만든 다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그 안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무협은 좀 평이했다. 정상을 향해가다가 추락하고, 그래도 다시 정상을 향한다는 플롯은 너무 익숙한 것이라서다. 그렇다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특별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차라리 이세계 전생물처럼 만들어 무협지 쪽에만 집중했다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분량이 부족했는지 작품 내에서 뿌렸던 떡밥도 다 회수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다면 단권이 아니라 차라리 시리즈로 만들어 진득하니 이야기를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