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길잡화점’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생각보다, 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굉장히 익숙한 소설이다. 치매라는 소재부터가 그만큼 흔하게 많이 쓰인 것이지 않던가. 그런데, 읽다보면 이야기의 주요 전개까지도 꽤나 그러해서 여러 이야기를 보아온 사람이라면 아마 묘하게 낯익은 기시감 같은 것을 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어찌나 그랬던지, 전에 이미 봤던 소설이었나 기억과 기록을 잠시 되집어 보기도 했을 정도다.

그렇게 느꼈던 핵심적인 지점에서 좀 더 나아가고 나서는 다시 원래의 잡화점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오기는 했다만, 중간에 느꼈던 기시감이 워낙에 강했기에 엔딩과 에필로그, 여러 후기들까지 보고 나서도 그렇게 느끼게 했던 요소와 그 기시감 자체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로 뇌리에 남았다.

옹호를 해 보자면, 애초에 치매란 소재를 통해 다룰 수 있는 이야기란 게 좀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치매 소재의 이야기는 이미 소설과 영화 등으로 여럿 나왔고 거기에서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런 기시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이게 부정적으로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럴만큼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물과 이야기 구성을 잘 했다. 특히 청춘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 코미디 소동극, 신파 등이 섞이면서 여러 감정과 무게를 담고있는데, 그것들이 난삽하게 어지러져있는 게 아니라 적당히 환기를 하면서 다른 것으로 이어지는 게 꽤 잘된 것 같다. 그래서 인물 개인의 서사와 전체 이야기에 핍진성과 몰입도가 있다.

이것은 아마 원작이 연극이라는 점도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씬별로 나눠져있는 면도 쫌 남아있어서 완전히 소설화 되었다기 보다 소설화된 연극을 보는 느낌이어서 완전히 긍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떻게 대체하지 못하고 연극의 한 씬을 그대로 써낸듯한 마무리 부분이 특히 그렇다.

그래도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은 좋았고, 소설화된 문장을 보면서 반대로 무대 연출을 그려보는 재미도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았다.

이야기를 잘 이은데다 감정도 적절하게 건드리기 때문에 소위 신파라는 좀 촌스러운 것으로 정리되는 이야기인데도 나쁘지 않다. 다소 노골적으로 던지는 교훈적인 메시지 역시 그렇다. 이야기나 감성과 잘 맞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것은, 기억 퇴행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매에 대해서 다루지만 막상 이야기의 주요한 부분에선 마치 다른 병의 증상같은 묘사를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기 때문에 치매가 원래 이런건가 이상하게 느끼게 한다. 이야기 전개와 판타지를 더하는데 주요하게 이용하는 만큼 이에대해 좀 해소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