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나리 카오루(行成薫)’의 ‘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僕らだって扉くらい開けられる)’는 특별해 보이면서도 사소한 초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일본 소설에는 지역색이라고 할만한 특징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디어다. 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인데도 그것을 작가만의 개성으로 변조하고 비틀어 작품에 담아내어 신선하고 때론 작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추리소설처럼 아이디어 그 자체의 중요성이 높은 문학에서 강점을 보인다.

다른 하나는 아기자기함으로, 이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소소하면서도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나 괜히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 응원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은 어느새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은 내가 생각하는 일본 소설의 그러한 특장점을 모두 갖고있다. 초능력이라고 하는 이제는 다소 뻔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 부터가 그렇다. 그 따위로 제한이 있는 힘이라니, 신이 주는 선물이라 하더라도 썩 기쁘지는 않을 것 같다. 심지어 때론 생활에 불편함을 끼치기까지 하는지라 소설 속 주인공들 역시 조금은 계륵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런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는 대단하거나 뻑적지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설 속 누군가가 대놓고 말하는 것처럼, 초능력이 없었어도 충분히 해낼법한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굳이 초능력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만큼 초능력을 활용하는 시기나 방법을 잘 녹여냈으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역시 잘 짰다. 이야기는 조금 소년물이나 청춘물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괜히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도 한다.

미묘한 초능력을 가진 다섯명의 이야기는 마치 단편처럼 개별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각을 따로 떼어놓고 봐도 그 자체로 충분히 볼 만하다. 거기에 ‘축구’와 ‘오른쪽으로 10센치’, ‘미츠바 식당’과 ‘스태정’ 같은 것들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묘한 접점을 느끼게 해, 나중에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게 될지 궁금증을 갖게 하며, 마지막 에피소드를 역시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전체적인 구성도 꽤 잘 한 셈이다.

별개인 것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방식은 의외로 단편집이나 동일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의 소설 시리즈 등에서 자주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책의 것은 ‘초능력’이라는 소재도 있어서 살짝 ‘어벤져스’를 연상케도 한다. 그들이 모종의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서 더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소하지만 특별한 능력으로 무엇가를 이뤄내는 것도 꽤 잘 그렸다.

여섯편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가 하면, 자신감이나 삶의 의의를 되찾기도 한다. 그게 이 소설을 조금은 성장 소설처럼도 보이게 한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구성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도 잘 써서 읽는 내내 재미있다. 라이트노벨이라는 분류처럼 너무 무거운 주제 따위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부답없이 가볍게 읽어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