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마치 하루(桜町 はる)’의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僕たちの小指は数式でつながっている)’는 수학을 소재로 점점 끌리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일단 이 소설은 라이트노벨로 분류되기는 하는데, 딱히 다른 소설에 비해 훨씬 짧거나 많은 삽화를 포함하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구분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위즈덤하우스에서 W노벨이란 레이블로 새롭게 라이트노벨에 뛰어들면서 발간한 첫번째 소설이라는데, 꽤나 무난한 작품을 고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품은 어찌보면 흔한 소재들을 모아 만든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모습을 하고있다. 기억상실이라는 것도 그렇고, 두 사람의 만남이나 끌리는 계기를 그린 것도 그러하며, 진행도 무난한 기존 로맨스의 것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딱히 놀랄만한 극적인 변화 같은것이 있지도 않다.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주인공도 참 귀엽고 순수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꼭 옛날 순수계열의 순정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진행이 많아지는 요즘의 순정만화와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런점이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건 주요 소재인 ‘기억상실’도 마찬가지다. ‘전향성 건망증(또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것 자체야 실제로 있는 증세기는 하지만,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정 주기마다 그 동안은 잘 유지되던 기억이 마치 윈도우(Windows)의 복원지점(Restore Points)이나 맥(Mac OS)의 타임머신(Time Machine)처럼 특정 시점으로 리셋되는 형편좋은 방식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요 소재도 일상적이거나 의학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판타지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그래서 그것들이 현실로부터 붕 떠있는 듯한 로맨틱함을 더 강화하기는 하나, 현실성은 크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다행인 점은 그렇다고 황당하기만 하거나, 지루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끌고가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는 거다. 일부 번역의 아쉬운 점이나 오타등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문장도 꽤 괜찮고,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 있어 로맨스엔 좀 안어울릴 것 같은 수학 얘기도 생각보다 이야기에 잘 버무려냈다. 그래서 가끔은 피식하고 웃기도 하면서 둘의 감정이 오가는 것을 귀엽게 지켜볼 수 있었고, 조금은 뻔한 결말도 예쁘게 봐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시작부터 끝까지 참 순수한 로맨스 소설이였다. 그래서 기분좋게 볼 수도 있었으며, 보고 나서도 잔잔한 미소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