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가라(燃え殼)’의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ボクたちはみんな大人になれなかった)’는 한 샐러리맨의 삶을 회상 형식으로 돌아보는 소설이다.

표지

계기는 아주 우연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그리운 이름이 떴던 거다. 옛 연인이다. 한 때 ‘나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그런 사람. 그래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전철의 북적대는 사람에 치여 실수로 친구 신청을 해버린다. 순간 아차 싶지만, 그보다 빨리 추억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소설은 때로 몇몇 거물들과의 만남이나, 픽션 속에서나 나올법한 기이한 인연도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범한 일개 샐러리맨의 삶을 보여준다. 그래서 큰 굴곡이나 사건없이 잔잔하고 소소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

‘전산사진식자’ 일을 하는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작가 자신의 모습이 반영된 것처럼도 보이는데, 또한, 딱히 내세울만한 능력도 꿈도 없고, 무기력하며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 같은 모습은 삶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이나 이야기들엔 공감할만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부분 부분은 괜찮은데 반해, 각 조각들이 서로 그렇게 잘 연결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도 그렇고, 결국 왜 헤어졌다는 건지도 명확하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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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소설은 트위터에 140자씩 올리던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걸 보완해 cakes에 연재했고, 그게 이렇게 책으로도 나오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런 것일까. 뒷맛이 좀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