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김중혁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표지

전혀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책이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이유는, 책을 위해 쓰고 만든 내용을 담은게 아니라 ‘빨간책방‘이라는 라디오를 통해 진행했던 대화를 추려서 담은것이기 때문이다. 라디오라지만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므로, 그 대화들은 지금도 얼마든지 받아서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전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라디오를 들었던 사람에게는 ‘그냥 녹취록 아닌가’하고 생각할 법도 하다.

특별한것은 그 형식이나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내용에 있다. 이동진이라는 평론가와 김중혁이라는 소설가가 갖고있는 엄청난 지식을 기반으로 뿜어내는 소설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그 이해를 더 깊게 해줄만하다. 이는 라디오 ‘빨간책방’이 갖고있던 장점이다.

일종의 녹취록인만큼 ‘빨간책방’의 단점도 고스란히 갖고있는데, 그건 더 깊은 얘기를 하기 위해서 소설 내용을 모두 까발린다는거다. 소설의 주요 사건이나 오해, 반전같은 것들도 거침없이 얘기하는데, ‘영화 소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많이 당해온 사람들에게 이건 정말 분노할만한 점일거다. 이건 애초에 이 둘의 대화가 ‘책 소개’가 아니라 ‘책 뒷얘기’ 같은 것이라서 그렇다. 즉, 좋은 책을 소개한다는 점과는 애초부터 모순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이걸 모르고 라디오를 듣거나 이 책을 읽는다면 크게 낭패를 볼 것이다. 읽은 책에 대해서 얘기 나누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하지 않아 생기는 ‘모순된 컨셉’이 (나중에 편집해 만들어낸) 책에서도 여전한것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라디오와는 다른 책만의 장점이라면, 내가 내게 맞는 속도와 흐름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는거다. 이건 방송이나 미디어로는 가질 수 없는 책만의 장점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라디오보다 좋았다. 다만, 녹취록이라서 읽는 속도도 (소설에 비해) 빨라 반대로 양에 비해 읽을 것이 적다는 것은 역시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