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의 탄생’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신주희의 단편 10편을 담은 단편집이다.

표지 3D

신주희의 첫 소설집이기도 한 이 책은 마치 불편함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수록된 단편들이 하나같이 어떤 상처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어떤 시선일 때도 있고, 관계에서 오거나, 사회나 부조리로 인한기도 한다.

문제는 작가가 이걸 제대로 해소해 주지 않는다는 거다. 마치 원래 그렇다는 듯,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듯, 상처를 파헤쳐 보여주고는 그대로 놓아둔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쌓이게 한다.

작가의 마무리가 부족해서 였을까. 그래서인건 아니다. 애초에 작가는 자기 소설 속 상처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니 맞선다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러면 상처입은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또 알아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준다.

책 속 단편은 시험적인 느낌도 꽤 든다. 이야기를 묘사하는 시점이 대표적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인가 하면, 1인칭인 것 같기도 하고, 화자 역시 제 3자인가 하면 무생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꽤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아쉽운건 작가가 이런 단편들을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 선명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왜 이런 인물들로 이런 이야기를 그렸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상징적인 표현이나 묘사도 꽤 있어서 보면서 해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꽤 들었는데, 실제로 책 뒤에 한 문화평론가의 해설도 함께 수록한게 재미있다. 뭐, 이 해설도 별로 쉽게 쓰인건 아니지만 말이다. 해설마저 그런건 그렇게 밖에 얘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야기 자체의 재미는 좀 덜하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