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은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이룩하게 될 미래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표지

무려 87년 전인 1932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로부터 약 600여년 후의 미래인 A. F. 632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A. F. 즉 포드 기원(After Ford)은 헨리 포드의 T형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1908년)를 원년으로 삼은 역법을 말하는 것으로, 배경인 A. F. 632년을 서력(AD)으로 바꾸면 2540년이 된다. 지금을 기준으로 봐도 아직 먼 미래를 그린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런만큼 책 속 과학 문명은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약학과 생물학 부분에서 그렇다. 작품 속 세계에서는 이 두가지를 가지고 전 세계를 제어하고 있는지라 꽤 여러번 자세한 묘사가 나오는데, 생물학이 많이 발전한 지금 봐도 상당히 흥미롭다. 당연히 가상의 기술을 그린 것이겠다만, 정말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흥미로운건 작가가 그려낸 사회의 모습이다. 처음 펼쳤을 때는 전달하려는 주제를 담기위해 조금은 무리한 사회상을 설정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으나, 보면 볼수록 이게 얼마나 말이 되고 가능성이 높은지가 실감이 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물론 냉전도 지나고, 그 사이 정보화 사회 등을 거치면서 얻고 또 잃은 것들이 결국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지를 정말 실감나게 잘 담았다. 향후에 다시 읽게 되더라도 또 다시 감탄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

출간 시기를 생각하면, 현대인들에겐 꽤나 와닿을 내용들이 많아서, 과연 예언서처럼 느껴질만도 해 보인다. 오히려 출간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과연 작품이 현실에 영향을 주어 이러한 사회로 흘러온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회로 흘러올만 했기 때문이 이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새삼 픽션과 현실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과연 현대사회는 작품 속에서와 같은 사회로 별질되어갈지도 그렇다.

꽤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도 꽤 괜찮다. 뒤가 어떻게 될지 흥미를 잘 끌고, 매끈한 세상속에서 조금씩 삐져나온 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재미있으며, 현대인에게 공감점이 많아서 흡입력도 좋다.

오래 전에 쓴 소설이다보니 미래의 모습은 조금 어색한데, 특정 기술은 유독 발달한데 반해 어떤 것은 과거의 지점에 머물러있기도 해서다. 그렇다고 그게 단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 세련된 SF들과는 다른 이런 스팀펑크같은 면모가 조금은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