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헌터(Erin Hunter)’의 ‘용기의 땅 1: 흩어진 무리(Bravelands #1: Broken Pride)’는 여러 동물들이 함께 모여사는 ‘용기의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작가 그룹의 이전 작품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자연히 이 소설에도 큰 관심이 갔다. 게다가 이번에는 특정 동물 무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전보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다양한 동물들이 서로 만나고 부딪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첫 이야기인 이 소설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장점이라면 역시 여러번의 동물 이야기를 써온 작가 그룹인만큼 일정 수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거다. 몇몇 점에서는 이전의 유사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기는 했으나, 그것도 이야기 흐름에 어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는 않았으며 다양한 동물들과 그 무리의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점은 역시 이야기가 분산되다보니 아무래도 초점이 흐려질 때가 있다는 거다. 한참 흥미롭게 보던 이야기가 끊어지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러 이야기를 진행하는게 조금 벅찼던지 각각의 이야기가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지도 않았다. 당장 피어리스와 사자 무리 이야기의 시작만 봐도 그렇다. 비겁한 행위는 빌런의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월등히 많은 수의 무리와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는데도 그렇게까지 어이없이 별 다른 저항도 못하고 무리가 무너져 버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꼼꼼함이 부족해 보이는 면은 다른 부족에게서도 드러나서 혹시 이렇게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기에는 역량이 조금 부족했던 건 아니가 싶기도 했다. 작가 그룹의 이전 작품도 그렇고, 다른 작품들도 모두, 설사 여러 동물들이 등장할지언정, 핵심이 되는 이야기는 늘 특정 동물에게 집중되어있었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번역도 조금 아쉬웠다. 특히 고유명사를 대부분 단순히 독음한 점이 그랬는데, ‘용기의 땅’ 등 일부는 또 번역을 해서 대체 어떤 기준으로 영어를 그대로 읽을지와 해석 할 지 나눈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고유명사로만 쓰는 게 아니라 뜻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등 본문 내용과도 관련이 있었는데, 가능하면 다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아니면 최소한 원어를 병기라도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