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즈(Buns)’는 행성간 충돌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소설이다.

표지

행성 충돌은 지구 멸망 상황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그걸 이 책에서는 특이한 느낌으로 사용한다. 바로, 지구와 쌍둥이 행성간의 충돌이라는 걸로 말이다.

그러면 과연 지구는 이걸 어떻게 이겨낼까. 강철의 사나이가 나타나 쌍둥이 행성을 날려버릴까. 아니면 석유를 퍼올리기위해 구멍을 파던 인간들을 내보내 구멍을 뚤게 할까. 그것도 아니면 산산이 부서져 우주 먼지로 사라질까.

다 아니다. 우주엔 지구를 아득히 뛰어넘는 종족들이 있고, 그들은 행성 유지위원회라는 우주적인 단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미 두 행성의 충돌은 쌍둥이 행성인 ‘키레네’에 의해 둘 중 어디를 파괴해야할지 결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주적인 이야기에서 지구는 그저 그 정도의 존재인거다.

너무 막 나가는거 아닌가? 싶겠지만, 막상 소설을 보면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만큼 작가가 그려낸 우주는 꽤 매력적이고, 그를 위한 여러가지 해설이나 우주가 겪어온 여러 역사들도 흥미롭다. 그래서 과연 그것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구보다 월등한 존재들의 입장에서 지구를 표현하는 것들은 자조적인 느낌도 나서 묘하게 되세김질하며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재미와 흥미가 있던 소설이, 뒤에 가서는 난해한 것으로 바뀐다는 거다. 그래서 잘 읽히지가 않는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결말에 대해서도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있어 그런 것이겠지만, 대중적인 SF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