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는 226일간의 버닝썬 취재 기록을 담은 책이다.

표지

버닝썬 사건을 과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그놈은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시사에 관심이 있다면 결코 지나칠 수 없을 큰 사건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마저도 개략 정도는 알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적기도 하다. 연예인 ‘승리’가 얽힌 흔한 연예인 스캔들과 같은 취급을 하기 쉽다는 거다. 그러나, 버닝썬 사건은 단지 개인의 일탈이나 범법행위를 벗어난 한국 사회 전체에 큰 알림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 책은 처음 그 사건에 주목하고 파헤친바있는 기자가 당시 해당 건의 추재와 관련 건들을 한데 엮어 기록으로써 남긴 것이다. 그를 통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뿐 아니라 왜 이것이 경종을 울릴만한 일종의 알림과 같은 사건이었는지도 분명히 알게한다.

이 책은 보도 기자가 쓴 것으로 대부분은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기왕에 보도된 기사를 여러번 인용했는데, 이미 그것들을 봤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해나가기 때문에 책만으로는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기사 제목을 분명하게 기재했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간순으로 조사와 보도 등을 담은 이 책은 버닝썬 사건을 연예인이 연루된 흥미 위주의 단발이슈가 아닌 한국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제대로 마주하게 한다.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그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래서 더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사건인데도 어떻게 그딴 결론이 날 수 있는건지 말이다.

분노 지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이 사건을 비교적 초반부터 주목하고 많은 관심은 물론 사실도 접하고 있었던 언론이 어째서 끝까지 이 사건을 파헤치고 또 견인하지 않았냐는 거다. 이런 식이면, 말로는 클릭 장사질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단물 빠져서 발을 뺐다는 것과 다를바 없지 않나. 일종의 반성문이라며 이제와 다시 거론하는 것이 나름 의미도 있지만 또한 좀 고까워 보이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역시 개같은 공권력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견찰과 딱히 얽히는 일 없이 평온하게 살아갈거다. 때론 길을 묻거나 하면서 도움을 받고 고마워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제대로 경찰과 엮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 새끼들이 얼마나 일을 제대로 안하면서 어문 소리는 곧잘 하는 놈들인지를 금세 알게 된다. 도리어 신고자(도움요청자)인 나를 몰아붙인다? 이 얼마나 개같이 흔한 일인가. 하물며 특정 세력과의 유착이 의심되기까지 한다면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가 제대로 된 시스템 하에서 굴러가는 줄 안다만, 그 안에 인간이 있는 한 공정하고 제대로 된 것이란 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것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그나마 보도가 되면서 미세한 진전을 이루었다고도 한다만, 과연 그게 얼마나 더 반복되어야 제대로 된 진전을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새삼 암울한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