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9번째 책인 ‘나비 그림’은 ‘히사오 주란(久生 十蘭)’, ‘마키 이쓰마(牧 逸馬)’, ‘하시 몬도(羽志 主水)’의 단편 미스터리 소설 6개를 모은 소설집이다.

표지

탐정 소설이나 범죄소설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도 불리는 추리소설은, 생각보다 ‘이게 왜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작품이 많다. ‘추리’라는 말이 일종의 퍼즐같은 사건 풀이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이라 하면 소위 ‘본격추리소설(Whodunit)’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보통은 그 후 여러 변형을 거치면서 범위가 넓어진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의미로 얘기한다.

이 책에 담긴 추리소설들도 그렇다. 이야기에 모종의 비밀이 있고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퍼즐처럼 꼼꼼하게 잘 짜여있는 것도 아니며 문제의 해소 자체가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며 그 경과는 어떻게 되는지, 흘러가는 이야기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짝 비뚤어졌다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성정이 일을 엉뚱하게 몰아가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게 주변인들이 마치 태풍에라도 삼켜지듯 휘둘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못한 사건들이 뜻밖의 결과를 낳는가 하면, 떨쳐낼 수 없는 그림자가 암담한 미래로 몰아부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비록 퍼즐과 트릭을 좋아하는 나 개인에겐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만, 각자 색이 다른 소설들은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추리소설은 탐정물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만 아니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 만하다.

아쉬운 것은 번역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당최 이상한 문장들이 눈에 띄는데, 이게 단순한 오타인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쓴 건지 알 수 없어서 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