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는 쌍으로 만들어진 릴레이 소설의 한 짝이다.

표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서로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담당해서 써내려간 릴레이 소설인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측면인 Rosso는, 밀라노에서 지내는 ‘아오이’의 시점을 그린 소설이다.

로맨스는 대단히 민감한, 감성의 끝자락을 건드리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적절하다면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녀 주인공 각자의 약 10년여에 걸친 사랑을 각자의 입장과 삶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개별 소설로 써내겠다는 것은 꽤나 실험적이고 또한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잘하면 다른 편이 다른 편을 서로 이끌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건 조금만 어긋나도 서로를 끌어내리는 최악의 결과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오이의 이야기를 그린 Rosso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소설이다.

캐릭터 설정부터가 좀 문제다. 주인공인 아오이는 성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좀 무감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양각색을 보이는 주변인들 때문에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게 로맨스적이어야 할 이야기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이게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다면 좀 다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아오이는 현실에서는 꽤나 흔한, 나름 공감을 끌어낼만한 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인데다가, 심지어 커플링 즉 감정이입과 응원대상까지 정해져있고 저자가 단일 작가로서 본인이 하고픈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작가의 것에 맞춰 나머지 반을 채우는 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보니 그런 나름 특징적일 수도 있었을 캐릭터성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다 황당한 결론으로 나아가는 이상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결말부가 특히 그러해서, 마치 그 중요한 분기 이전까지와 이후는 전혀 다른 두 소설을 잘라다 붙였다고 해도 좋을정도로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아무리 짝을 이루는 이야기의 반만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중간이 크게 비어보이는 이런 식의 전개와 이야기, 그 때문에 떠버리는 캐릭터는 좀 납득해주기 어렵다.

작가의 장점이라 할만한 문장은 좀 엿보이나,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좋은 소설이라고 봐줄 수 없다.

혹 나머지 반쪽인 Blu까지 본다면 그래도 좀 달라질까.1

번역은, 오역으로 유명한 것과 달리 (중간 중간 덧붙인 영문과의 불일치감을 제외하면) 크게 걸리는 건 없었다. 여러차례 개정된만큼 대부분 수정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마호병’같은 국적 불명의 단어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만감을 남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애초에 두권으로 각각 낼 것을 상정한 거였다면 이야기 구성과 배분에 실패한 것이고, 아니라면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썼던 릴레이 소설을 두권으로 쪼개서 내겠다고 한 게 원죄일 것이다. 그냥 연재순 그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교차편집해 담은 합본판을 내는 건 어땠을까.